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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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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 시절 사람들만 공감할 이야기. 헐리우드의 전설적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편작 이다. 어찌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색채가 가장 덜 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의 전형적 특징인 능청스러운 만담과 만화적 연출, 극단적 폭력성이 그의 모든 작품들 중 가장 절제된 형태로 연출됐으며 광기의 천재라 불리우는 명성답지 않게 상당히 차분하고 온정적이다.   물론 클리프가 히피들과 조우하는 씬의 서스펜스, 작품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화염 방사기 장에선 그만의 독보적 색채가 어났지만 2시간 41분이라는 러닝 타임을 고려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광기는 여전히 미지근하기만 하다. 요즘 영화들의 러닝 타임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방대하다 할 수 있을 작품의 러닝 타임은 그저 1970년대 황금기의 할리우드 묘사에 치중되어 있을 ..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서 들을 정도로 재밌지는 않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어 스튜디오 지브리를 이끌 주역으로 기대받았던 콘도 요시후미가 감독한 작품, 이다. 작품을 관람하기 전 위의 정보를 인지한 상태였기에 상당히 기대하며 관람한 작품이었지만, 못내 아쉽다는 인상이 남았다.   아무래도 작품의 소재나 플롯이 평탄하기 때문인 거 같다. 진로와 이성관계에서 고민을 갖고 있는 주인공, 훌륭한 조력자와 인물의 성장으로 맞이하는 해피엔딩. 물론, 작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지만 제작사가 제작사인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상을 기대하고 작품을 관람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소재 자체만으로 감탄을 일으킨 상상력,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이 가득했던 지브리 작품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해당 작품은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
<핵소 고지>, 평화와 폭력 그 사이의 어중간함. 영화 로 유명한 멜 깁슨의 장편작 이다. 작품의 주 배경은 태평양 전쟁 당시, 오키나와에서 벌어졌던 '핵소 고지' 전투이며 주인공은 실제 참전 용사였던 '데스몬드 도스'이다. 그리고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실제 인물 '데스몬드 도스'가 당시 전장에서 행했던 영웅적 행보의 일대기이다.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역동적 전장 시퀀스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지는 20분가량의 전장 시퀀스는 작품 의 시가전과 견주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전장이라는 현장은 그 현장의 특성으로 인해 관객으로 하여금 상당한 몰입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로감 또한 동반한다. 그렇기에 20분가량의 긴 전장 시퀀스를 연출할 경우, 유려히 완급 조절을 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피로감으로 인해 작품의 긴장감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
<킹스 스피치>, 콜린 퍼스의 원맨 캐리 제 83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이다. 제 83회 아카데미 같은 경우는 기라성의 각축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들이 즐비했던 연도에 작품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어서 관람하기 전, 특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관람하고 난 후의 전반적 인상은 만족감 보단 의아함이었다. 일단 작품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콜린 퍼스의 연기와 정교한 영상미을 들 수 있다. 작중에서 보여줬던 콜린 퍼스의 연기는 원 맨 캐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걸출했다. 사실 나약한 주인공이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닳고 닳을 정도로 지겹게 본 평면적 서사다. 이같은 서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중 내내 권태감을 형성하기에 인물의 상황에 관객을 크게 감화시키지 못하는 문..
<파묘>, 뱀인 줄 알았는데 지렁이었네.. 장재현 감독의 신작 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가장 크게 아쉬웠던 요소는 서사의 일관성이 절단됐다는 것인데 작품의 최대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살굿 시퀀스까지의 1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의 주제가 서늘한 오컬트 미스터리임을 명확히 인지시킨다. 문제는 2부에서 발생한다. 수상쩍은 묘와 관련된 기이한 현상을 다룬 1부의 서사를 따라가던 관객들에게 작품은 대뜸 '민족 주체의식'이라는 주제를 2부에서 내던진다. 주제 자체로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진짜 문제는 갑작스러운 주제의 전환이다. 갑작스러운 주제 전환으로 발생된 서사의 절단은 관객의 몰입을 흩트릴 수밖에 없는데, 한 집안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전문가들의 개인적 서사를 '민족 주체의식'이라는 집단적 서사로 확장시켜 버린다면 관객들..
<더 메뉴>, 둘이 먹다 둘이 죽을 종합 난장 오마카세 허세로 점철된 11명의 손님을 서늘히 요리해 나가는 어느 외딴섬의 고급 레스토랑. 레스토랑의 손님들이 채우고 싶은 것은 자신들의 허기가 아닌 허영심이다. 이들에게 음식은 그 자체로서의 즐거움은 배제된, 자의적 고고함을 형용하기 위한 일개 수단에 불과하다. 음식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도 담아내지 못한 음식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며 음식 자체가 내어지지 않아도 그 이면에 함의된 셰프의 철학적 숙려를 해석하려 부단히 노력한다. 이 같은 우스꽝스러움에 진절머리가 난 것인지 아님 역겨움을 참아낼 자신이 없던 것인지, 셰프는 레스토랑의 손님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며 마침내는 요리를 만든 장본인 자신과 그 배경이 되어준 레스토랑까지 폭파시키고 만다. 이 종합 난장 해프닝을 영화감독이 기획했다는 점에서, 작..
<더 킹: 헨리 5세>, "티모시 샬라메"라는 혜성 백년전쟁 시기에 활약했던 잉글랜드의 왕, 헨리 5세의 전기를 다룬 작품이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여서 정사에 대한 재현이 얼마나 충실히 이뤄졌었는지 궁금했는데 정사에 대한 고증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작중의 헨리 5세의 성품이나 프랑스 침공 전개 과정은 실제 정사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불이 없는 전쟁은 머스터드 없는 소시지와 같다."와 같은 어록을 남겼던 전쟁광 헨리 5세는 유약한 인간으로 둔갑됐고 프랑스 침공에 대해 주도적이었던 잉글랜드는 작중에서 수동적이게 묘사된다. 전반적 고증에 있어선 거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었지만 아쟁크루 전투의 경우는 고증도에 있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 이 영화의 가장 큰 백미는 위에서 언급한 아쟁크루 전투 시..
<웡카>, 달콤함에 달콤함을 얹어 달콤함을 버무린 초콜릿 로알드 달의 동화 의 프리퀄 작품으로, 작중의 인물인 윌리 웡카의 과거사를 영화로 다룬 작품이다. 2005년에 개봉되었던 팀 버튼의 에도 윌리 웡카라는 동일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작이 팀 버튼의 영화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자칫 오해하기 쉽지만, 팀 버튼의 작품같은 경우는 원작 동화의 리메이크 버전이기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를 계승한 와는 개별된 작품이라 봐야 한다. ​ 그렇기에 영화 자체의 분위기도 완전히 대비되는데 팀 버튼의 의 기괴함과 신비함을 이 영화에서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는 분명 실망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다. 원작을 계승한 의 초콜릿에는 팀 버튼의 씁쓸하고 엽기적인 초콜릿과 달리 오직 달콤함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웡카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부당 계약으로 인해 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