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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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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픽사의 정점이라 단언할 수 있는. 해당 작품을 픽사의 정점이라 칭한 이유는 픽사의 정체성을 집대성한, 사유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픽사의 작품들은 대개 우정, 성장, 사랑과 같이 삶에서 파생된 실존적 가치들에 주목하며 작품들을 연출해 왔으나 22번의 작품들을 연출하면서 그 가치들의 본질적 근원인 삶 그 자체를 조명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의 경우는 '삶' 그 자체를 조명하는, 무엇이 '삶'을 가치스레 만드는 가에 관한 성숙한 담론을 지닌 어른스런 작품이었다. 원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계속해 실패하는 절망감, 꿈과 열정을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 혹은 꿈을 비로소 이뤘을 때 찾아오는 허탈함. 작중 내 주인공이 느꼈던 이같은 감정들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 성인들이라면 으레 한 번쯤은 느꼈을 감정들이다.   ..
<마더>, 치부로 변질된 순백 모성애 영화 는 작품 내적으로만 보았을 때,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연기, 연출, 디테일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며 특히 미장센은 살인의 추억을 능가했다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였던 모성애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접근법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경악스러웠다. 전 세계, 특히 동양의 모성애는 근본적으로 숭고하며 아름다운 가치로 인식되어 왔기에 이제껏 그 어떤 매체에서도 모성애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봉준호는 영화를 통해 모성애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대담하게 재정의하였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절대적 헌신이 온전히 아름답기만 하느냐는 봉준호 고유의 의문을 작중에서 끊임없이 표출한다. 종합하자면 영화 는 소재에 대한 사유도 소재를 묘사한 방식도 탁월했던 대단한 영화다. ​ 그럼, 이제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란 자격으로의 에움길 붓을 잡았다 해서 화가라 하지 않고 축구공을 찬다 해서 축구 선수라 불릴 수 없다면 자식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아버지라 불릴 수 있는가. 가부장적 가정 문화가 정형화된 일본 사회에선 자칫 도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질문에, 영화는 꽤나 명시적 대답을 남긴다. 바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 어찌 보면 작중의 료타는 비단 일본뿐만이 아닌 동양권 아버지들의 전형적 예시를 형상화 한 인물과도 같다. 가장이 가정의 물질적 책임을 온전히 부담해야 했던 동양권 사회에선, 아버지의 발걸음은 항상 가족보다 한 발 앞서야 했으며 책임감에서 비롯된 발걸음의 간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돼 결국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공백으로 변질됐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 칸에 아버지를 적어 내지만 정작 아버지께 전화 한 통이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