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킹스 스피치>이다. 제 83회 아카데미 같은 경우는 기라성의 각축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들이 즐비했던 연도에 작품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어서 관람하기 전, 특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 관람하고 난 후의 전반적 인상은 만족감 보단 의아함이었다.
일단 작품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콜린 퍼스의 연기와 정교한 영상미을 들 수 있다. 작중에서 보여줬던 콜린 퍼스의 연기는 원 맨 캐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걸출했다. 사실 나약한 주인공이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닳고 닳을 정도로 지겹게 본 평면적 서사다. 이같은 서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중 내내 권태감을 형성하기에 인물의 상황에 관객을 크게 감화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말더듬증을 앓었던 조지 6세를 빙의 수준으로 재현한 콜린 퍼스의 명연은, 조지 6세라는 인물에 연민을 느끼게 해주었고 마지막 연설 장면에서는 무언의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영상미 같은 경우도 TV 시리즈를 맡았던 젊은 감독이란 사실이 무색할 만큼 노련한 감독의 연출처럼 섬세하며 정교했는데, 당시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영국과 왕실을 복사 붙여넣기 한 듯한 미적 고증도는 그 고증 영상만 따로 빼놓고 보고 싶을 정도로 철저하고 인상 깊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작품의 평면적 서사는 이 장점들을 모두 지워버릴 정도로 나태했다. 영국 왕실 홍보 영상으로 개봉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절했던 작품의 각색은, 작품성에 대한 범주를 넘어 영화로서의 효용성이 있었는 지를 고찰하게 한다. 각색이란 것은 영화의 기본적 구성 요소인 동시에 중추적인 존재이다. 영국 왕실의 사생활이란 파격적 소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안정적 흥행을 위해 요행같은 시나리오를 선택한 감독의 소심함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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