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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작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서 들을 정도로 재밌지는 않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이어 스튜디오 지브리를 이끌 주역으로 기대받았던 콘도 요시후미가 감독한 작품, <귀를 기울이면>이다. 작품을 관람하기 전 위의 정보를 인지한 상태였기에 상당히 기대하며 관람한 작품이었지만, 못내 아쉽다는 인상이 남았다.

 

  아무래도 작품의 소재나 플롯이 평탄하기 때문인 거 같다. 진로와 이성관계에서 고민을 갖고 있는 주인공, 훌륭한 조력자와 인물의 성장으로 맞이하는 해피엔딩. 물론, 작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지만 제작사가 제작사인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상을 기대하고 작품을 관람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소재 자체만으로 감탄을 일으킨 상상력, 미야자키 하야오의 철학이 가득했던 지브리 작품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해당 작품은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장점이 아예 없는 작품은 아니다. 이미 작화의 경지에 다다른 지브리의 작품이기에 작화의 수준이 수려하다. 지브리 특유의 아날로틱한 드로잉과 색채는 여름의 풍광을 그려내기에 온전했고 작화에서 발현한 여름의 푸르름과 창명함은 지금의 계절에 적합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여름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만한 작품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지브리 작품들의 이스터 에그가 플롯 곳곳에 배치됐기 때문에 지브리의 올드팬들이라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풍의 지브리 작품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완성도 있는 애니메이션을 한 편 보고 싶다면 <귀를 기울이면>은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